르네상스를 이야기할 때 피렌체를 빼면 문장이 비어 보이고, 피렌체를 말할 때 메디치 가문을 건너뛰면 역사가 어색해집니다. 은행가이자 상인이었던 그들은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지식·도시·예술의 성장으로 환전하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후원은 미술관 한 켠의 명품 컬렉션을 채운 사건이 아니라, 한 도시의 교육·기술·정치 커뮤니케이션까지 바꾸어 놓은 장기 전략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은 메디치의 예술 후원을 “돈으로 산 취향”이 아니라 “시장을 길러낸 시스템”으로 읽어 보고, 오늘의 문화 후원과 연결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1. 은행에서 아카데미로: 자본이 지식을 만났을 때15세기 전반, 코지모 데 메디치는 무역과 금융으로 확장한 자본을 피렌체 안팎의 지식 네트워크에 투입했습니다. 장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