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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음악이 자라나는 순간

by simple-tip 2025. 9. 23.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교향곡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잇는 가교로 평가됩니다. 그중에서도 교향곡 제7번 A장조, 작품번호 92는 1813년 초연 이후 청중과 음악가들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입니다. 특히 2악장은 장송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장중함 속에서 음악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오늘은 이 악장이 어떻게 ‘성장하는 음악’을 구현했는지,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은 장송 행진곡 풍의 장중한 분위기로 시작해 점차 성장하는 음악적 구조를 보여줍니다. 음높이, 악기 편성, 강약 변화 속에 담긴 베토벤의 독창성을 살펴봅니다.

1. 음높이의 상승: 선율이 점차 위로 뻗어가다

2악장은 관악기의 팡파르 같은 도입 이후, 현악기들이 들려주는 장중한 선율로 본격적인 흐름을 시작합니다. 이 주제 선율은 단순히 한 번 등장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며 점차 다른 모습으로 자라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선율의 출발점, 즉 음높이의 상승입니다.

첫 번째 반복에서 주제는 중간 음역의 차분한 위치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두 번째 등장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음에서 출발하며, 세 번째에서는 한 옥타브 위, 네 번째에서는 또 다른 옥타브 위로 올라갑니다. 즉, 동일한 선율이지만 출발 음의 높이가 점차 상승하면서 음악은 마치 나무가 위로 자라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청중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음악이 ‘정체되지 않고 성장한다’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베토벤은 단순히 반복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음높이의 변화를 통해 심리적 긴장감과 고양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기법은 이후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중요한 표현 방식으로 계승됩니다.

2. 악기 편성의 확대: 작은 씨앗에서 오케스트라 전체로

음악의 성장은 선율의 음높이뿐 아니라, 악기 편성의 변화에서도 확인됩니다. 베토벤은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음향 집단을 단계적으로 활용하여, 점차 음악이 커지고 깊어지는 느낌을 연출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낮은 현악기만으로 선율이 시작됩니다. 이후 두 번째 반복에서는 바이올린이 더해져 음색이 밝아지고 질감이 풍부해집니다. 세 번째에서는 제1·제2바이올린이 나뉘어 다성적인 짜임새를 만들고, 마지막 네 번째 반복에서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같은 목관악기와 호른, 트럼펫, 팀파니 등 모든 악기가 합류합니다.

이 과정은 작은 씨앗이 점차 싹트고, 줄기를 뻗으며, 마침내 무성한 나무로 자라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청중은 처음에는 내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다가, 점차 웅장하고 장대한 오케스트라의 울림 속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베토벤은 단순히 악기를 추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 악기의 특성을 치밀하게 배치했습니다. 관악기의 투명한 음색과 금관의 위풍당당함, 타악기의 타격감은 음악의 성장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3. 다이내믹의 확장: 여리게 시작해 거대하게 폭발하다

세 번째 요소는 강약의 변화입니다. 음악은 처음에는 피아노(p), 즉 여리고 절제된 소리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점차 크레센도(crescendo), 즉 조금씩 커지는 과정을 거치며, 청중은 음악이 밀려오는 듯한 긴장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 번째 반복에서는 ‘점점 크게(cresc. poco a poco)’라는 지시가 붙어, 음악이 집요하게 밀고 나갑니다. 마침내 네 번째 반복에서는 포르티시모(ff), 즉 매우 크게 폭발하며 절정에 도달합니다. 이 순간, 베토벤이 의도한 ‘음악의 성장’이 극적으로 완성됩니다.

강약의 대비는 단순히 음량의 차이를 넘어서, 청중에게 정서적 고조를 체험하게 합니다. 처음의 절제된 슬픔은 점차 커다란 비탄과 투쟁으로 확장되고, 마침내 모든 악기가 함께 울부짖는 듯한 절규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2악장을 단순한 장송 행진곡이 아닌, 인간적인 감정의 거대한 서사로 승화시켰습니다.

맺음말: 베토벤의 음악이 위대한 이유

교향곡 7번 2악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선율이나 장중한 분위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음높이의 상승, 악기 편성의 확대, 강약의 점진적 변화라는 세 가지 축이 서로 얽혀, 음악이 살아 숨 쉬듯 자라나는 구조를 이룹니다. 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매 순간 달라지는 변화와 축적을 통해 청중에게 드라마틱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음악학자들은 교향곡 7번 2악장을 두고 베토벤의 작곡 기법 중 가장 탁월한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합니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형식미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질서를 동시에 담아내며, 고전주의의 틀 속에서도 낭만적 서정을 예고했습니다.

오늘날 이 악장은 영화, 드라마, 기념식 등 다양한 무대에서 여전히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는 베토벤이 남긴 음악적 유산이 단순히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살아 있는 감동을 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에 교향곡 7번을 감상할 때, 단순히 선율만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성장하는 음악’의 구조를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베토벤이 남긴 위대한 음악적 건축물은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안겨줄 것입니다.